홍콩의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 지위는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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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기자, 조이스 리
  • 기자, BBC 중국어 뉴스, 홍콩

현재 홍콩에서 새롭게 퍼지고 있는 농담이 있다. 홍콩 시민들은 글로벌 자본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잃고 있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고 있다.

더 이상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아닌,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새로 등재될 판이라는 농담도 들린다.

게다가 지난주 홍콩 입법부가 강력한 보안법인 '제23조'를 입법화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또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홍콩 당국은 해당 법을 통해 사회를 보호하고 안정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란에서 반역에 이르는 모호하게 정의된 범죄 혐의에 대해 비공개 재판을 허용하며 최고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은 결국 모든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홍콩에서 부동산 감정사로 일한다는 찬은 중국의 철권 통치에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간 긴장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외에 투자한다”는 태도로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입법이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성만 밝힌 찬은 "과거 홍콩은 중국과는 별개의 존재로 여겨졌기에, 여전히 투자 심리가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23조, 그리고 그 이후

제23조는 최근 중국 본토 내 여러 정책에서도 자주 보이는 국가 안보 및 “외국 세력”이 제기하는 위험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홍콩 내 외국 자본과 기업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

중국 국영 은행 직원인 츠는 “지난 2년간 업황이 정말 좋지 않았다. 대규모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다니던 은행도 지난해 6월 전체 직원의 10%를 해고한 데 이어 지난주 5%를 더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해고 차례가 언제 다가올진 아무도 모릅니다.”

요하네스 핵 독일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제23조가 경기에 미칠 위험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광범위하게 정의된 문구”와 “위반 시 겪을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고려한다면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BBC에 보낸 성명을 통해 제23조는 홍콩을 “안전에서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기업들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모든 국가들도 보안법이 있는데 홍콩만 따로 지적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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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 당국은 홍콩에서 전례 없는 시위가 벌어진 지 1년 만인 지난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했다

지난 202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의 확대판인 이번 제23조는 홍콩 행정부가 전 세계에 홍콩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 중심지임을 강조하고 안심시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입법화됐다.

'홍콩 상공회의소'는 이번 법을 통해 “홍콩은 국내 및 국외 기업과 전문 노동 인력이 활동하기 더욱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당국이 오직 국가 안보에만 신경 쓴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이러한 우려는 일종의 “약한(온건한) 저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홍콩의 경제는 지난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정부의 탄압과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상가 임대료가 하락해 여러 사무실 및 상가가 공실로 남아 있다. 관광객 수도 적어 지난해 홍콩을 찾은 관광객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60%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1월엔 인도의 주식 시장이 홍콩을 제치고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금융 분야에선 싱가포르가 강력한 지역 라이벌로 부상했다.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성장 둔화 및 투자 심리 하락 등을 이유로 들며 홍콩과 중국 쪽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 전 대표가 최근 신문 칼럼을 통해 “홍콩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등 홍콩에선 자본 및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베테랑 투자자 람 얏밍은 경제 전문지의 기고문을 통해 투자자들이 “삶을 아낀다면 홍콩 주식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고 적었다.

핵 회장은 “홍콩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분명 구분되는 곳이지만, (홍콩 당국이) 국가 보안에 집중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그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일국양제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일국양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중국 당국은 반세기 간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러한 약속이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탄압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던 2020년 깨졌다고 바라본다. 당시 현직 의원을 포함한 260여 명이 체포됐다. 그리고 홍콩 당국은 “혼란에서 통치로의” 전환을 이뤄낸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두둔한다.

한편 이번에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명시된 제23조는 언제나 입법 준비 중이었다. 처음 입법을 추진한 건 2003년으로, 당시 50만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면서 보류됐다. 그러나 이번엔 안건이 올라온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통과됐다.

홍콩침례대 소속 정치학자 케네스 찬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 중국은 국가 안보를 “절대적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이에 자유로운 사회 및 국제 관문으로서의 홍콩의 지위는 차위라고 설명했다.

체포된 지미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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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홍콩침례대 소속 찬 박사는 지미 라이 사건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명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찬 박사는 전직 홍콩 언론 재벌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미 라이가 체포되면서 “국제 사회 또한 상황을 자각하게 깨닫게 됐다”고 언급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엔 한계가 없다. 개인의 안전도, 사유 재산권도, 개인의 자산 모두 보장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라이가 사주로 있던 ‘빈과일보’는 2021년 경찰의 압수 수색 이후 결국 폐간됐다. 라이는 현재 76세로 3년간 수감 중이며, 현재 재판받고 있다. 아울러 5억홍콩달러(약 857억원)에 달하는 그의 재산은 동결된 상태다.

홍콩의 법치를 뒷받침하는 홍콩의 관습법 제도는 민주화 시위 참가자들의 재판 이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비록 이번 제23조로 리 행정장관이 국가 안보 사건을 다루는 판사를 지명할 수 있어 비난하는 의견도 있지만, 홍콩 사법부는 적어도 상업적인 사안에 대해선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찬 박사는 이러한 보안법이 통과되면서 홍콩 내 기업들은 중국 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위험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정치적 방향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위험성을 판단하고 정치적 인맥을 구축하고자 정치 컨설턴트를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고,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편 리서치 기업 ‘오리엔트’의 케빈 추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저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구조가 단순하고 세율이 낮은 조세 제도, 외환 통제가 없는 유일한 중국의 도시, 금융 안정성을 보장하는 미 달러와의 페그제 등 홍콩만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게 추이의 주장이다.

“홍콩이 그저 하나의 중국 도시일지라도, 외국인들은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 대한 투자 심리는 흔들리고 있다. 특히 홍콩은 부채 및 부동산 시장 위기로 타격을 입은 중국 경제 둔화의 여파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는 홍콩의 최대 무역 상대이자, 2번째로 큰 투자처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2600여 개 기업 중 절반이 중국 본토 기업이다.

홍콩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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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홍콩 증시는 지난 5년간 40%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새로 도입한 규정에 따라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이 때문에 상장 절차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고 토로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이 은행 관계자는 “만약 데이터 보안, 유전자 기술 등 민감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라면 더욱더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 중 7년 동안 무려 세계 1위의 IPO 시장으로 꼽혔던 홍콩은 이제 8위로 떨어졌다.

이 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경제를 구하고자 민간 기업들이 국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길 바라지만, 동시에 이러한 기업들이 상장 후 [자신들의] 통제권에서 벗어나진 않을지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저들은 모든 걸 통제하고자 합니다만, 결국엔 금융 시장을 죽일 것입니다.”

추가 보도: 그레이스 초이, BBC News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