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코미디쇼로 달려간 이유는?

사진 출처, 쿠팡플레이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돼 거울치료를 받는 김문수, '싸가지 없냐'는 질문에 당황하는 이준석. 요즘 대선 주자들이 새롭게 주목받는 무대는 여의도 국회도, 유세 현장도 아닌 예능 풍자 코미디다.
두 달도 채 주어지지 않은 21대 조기 대선. 그 촉박한 일정 속에서 대선 후보들은 예능 코미디 무대에 섰다. 때로는 자신의 흑역사를 풍자당하고, 불편한 질문에 웃으며 답해야 한다.
대체 왜, 그들은 웃음을 무기로 선택했을까?
'불편한' 선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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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자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대표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SNL' 코리아가 있다. 앞서 '주기자가 간다'를 통해 20대 유력 대선 주자들을 만났던 SNL은 이번에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지점장이 간다' 코너를 통해 정치인 풍자에 나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출연했을 때는 크루 지예은이 "나 지점장인데"를 반복하면서 김 후보가 2011년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해 "나 도지사인데"라며 관등성명을 요구했던 상황을 비틀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시끄러 인마'를 연발하는 크루에 맞닥뜨렸다. 계엄령 당시 이준석에게 담을 넘으라고 했던 보좌관의 일화를 풍자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 시즌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0대선 당시 SNL에 출연해 밸런스 게임에 응한 적이 있다. 당시 보기 중 하나로 부패한 시장을 소재로 한 영화 '아수라'가 등장해 아슬아슬한 선을 이어갔다.
지난 주말에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패러디한 정이랑에게 "앞으로 법카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충고해 웃음을 자아냈다.
각 후보들은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택하고 있다. 때로는 정치적 공격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불편한 질문에도 직접 답하면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훈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젊은 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예능 출연이 굉장히 매력적인 전략일 수밖에 없다"며 "1~2%의 변수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SNL이 큰 화제가 되자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대선 후보 및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여러번 거절을 표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출연 요청을 했지만 절대 움직이지 않는 후보도 있다.
이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진 담당작가는 "섭외 기준은 당연히 그 주에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 사람들이 그 시점에 가장 궁금해 할만한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정당의 인물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 풍자 콘텐츠의 신뢰 유지에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섭외 기준은 화제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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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진은 8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격주로 돌아가며 제작을 한다. 정치풍자를 담당하는 2명의 작가도 있다. 제작진은 20~50대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깊이 있는 시사 이슈부터 MZ들의 트렌드를 녹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사람들이 실제로 정치인에게 궁금해 하는 질문을 대신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질문은 기존 언론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단순한 질문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려우니까 코미디를 양념처럼 솔솔 치는 거죠. 그게 매운맛이라 가끔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코미디가 더해져야 관심도 생기고 호기심도 자극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제일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 대본은 일절 제공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 정치인이 보좌진을 통해 질문지를 요청한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주어진 적은 없다.
코미디 프로의 실제 촬영 현장은 웃음보다는 긴장감이 압도한다고 SNL 코리아 제작사 씨피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안상휘 책임프로듀서는 말한다.
그는 BBC 코리아에 "현장은 리얼 그 자체"라며, 출연 정치인과 크루 모두 긴장 속에서 녹화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호의적인 질문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루들도, 정치인들도 긴장하죠.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 긴장감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아요."
안 대표는 가장 '웃겼던' 정치인은 국힘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와 MZ 크루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분은 약간 흥행 보증 수표 같은 분이죠. 하지만 현장은 되게 긴장된 분위기였어요. 실제로 소리를 지르시니까요."
촬영 도중 크루들이 끝까지 긴장한 채 촬영을 마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준비되지 않았지만 팽팽한 공기가 오히려 시청자에겐 더 큰 몰입과 화제를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출연하는 정치인들이 어느 정도 연습 문제를 짜보고 준비를 하다보니 초창기보다는 당황하는 모습이 줄어들고 있어 제작진들도 질문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질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최소 네 번은 수정한다"며 "한 번에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정말 많이 회의를 거친다"고 했다.
출연자 섭외는 종종 줄다리기다. "상대 후보는 나왔는데 안 나오셔도 괜찮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