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결국 홍콩서 청산 명령 받아

에버그란데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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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경제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부동산 부문은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 기자, 마리코 오이
  • 기자, BBC 비즈니스 전문기자

홍콩 법원이 29일(현지시간) 빚에 허덕이던 중국의 부동산 대기업 ‘헝다그룹(에버그란데)’에 청산을 명령했다.

린다 찬 판사는 위기의 헝다가 적절한 부채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서 “더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3270억달러(약 44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던 헝다는 중국 부동산 부문 위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2년 전 일어난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은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숀 시우 헝다 전무이사는 이번 결정이 "유감스럽다"면서도 중국 본토에서의 사업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헝다의 홍콩 법인은 본토 사업과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헝다의 부동산 건설 사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지만, 이미 헝다가 위기를 맞으면서 어서 건물이 지어지길 바라는 주택 구매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주식 시장 매도세를 억제하려는 지금, 이번 청산 명령 결정 또한 중국 금융시장에 추가적인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경제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부동산 부문은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청산 명령 발표 후 홍콩 시장에서 헝다의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으며, 현재 주식 거래는 중지된 상태다.

청산이란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고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로, 이는 미상환 부채 상환에 이용될 수 있다.

청산 판결을 앞두고, 중국 대법원과 홍콩 법무부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민사 및 상사 판결에 대한 상호 인정 및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오늘부터 당장 발효된다.

그러나 이 절차를 따를지는 중국 정부에 달려 있으며, 청산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헝다가 반드시 파산하고 폐업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헝다의 청산 명령은 지난 2022년 6월, 헝다의 채권자 중 하나이기도 한 홍콩 본부의 ‘탑 샤인 글로벌’이 헝다가 주식을 되사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며 홍콩 법원에 제기해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 진 빚 말고도 헝다는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던 상태였다.

부채 대부분은 중국 본토의 채권자들로부터 빌린 것으로, 이들에겐 투자금 상황을 요구할 만한 법적 수단이 제한돼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 채권자들은 중국 본토 밖에서 자유롭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일부는 헝다 등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상장된 홍콩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청산 명령에 따라 회사 경영진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기업 파산 전문가인 데릭 라이는 법원이 정부 직원이나 전문 기업을 임시 청산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권자들과의 회의를 거쳐 수개월 안에 정식 청산인이 지정되게 된다.

그런데 헝다의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자리하고 있다. ‘일국양제’를 외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할권 문제가 까다롭다.

중국과 홍콩 법원이 지정된 청산인을 인정한다고 서로 합의하긴 했지만, 라이는 중국 본토 소재 시범 지역 법원 3곳에서 “신청 6건 중 2건만” 인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당국은 건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주택 부동산을 구입한 구매자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업체들이 폐업하지 않고 계속 살아있길 바라는 듯한 모습이다.

건설 공사가 중지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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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에서 에버그란데 등 여러 부동산 개발업체의 미완성 주택을 구매한 이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즉 중국이 홍콩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라이는 “홍콩에서 임명한 청산인이 중국 본토에서 상호 인정받더라도 중국에서 청산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는 중국 본토의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기업에 청산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헝다의 건설 공사가 즉각 중단되는 건 아니다.

자문 기업 ‘그랜트 손턴’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나이젤 트레이어스 상무이사는 “모든 자회사가 청산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청산인이 조사 이후 특정 자회사의 경영권은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선 자회사를 청산하거나, 자신을 자회사의 이사로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 구조를 아주 자세히 살펴봐야 하기에 현실에서 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라이는 이번에 청산 명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기업이 파산할 경우 무담보 채권자들이 원하는 금액의 전부를 회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외국 채권자들 또한 본토 채권자들보다 순위가 앞설 가능성은 작다.

이번 찬 반사의 청산 명령이 중국 본토에서 이행되지 않더라도, 이는 분명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하며,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 및 채권자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찬 판사는 헝다뿐만이 아니라 ‘수낙 차이나’, ‘지아위엔’, ‘카이사’ 등 디폴트를 선언한 다른 개발사들의 사건도 담당한다.

지난해 5월, 친 판사는 지아위엔 측 변호인단이 채무 재조정 제안서를 제출하는데 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자 지아위엔에 청산을 명령한 바 있다.

홍콩 소재 글로벌 로펌 ‘데처트’에서 아시아 내 구조조정 이슈를 전문으로 다루는 다니엘 마굴리스 파트너 변호사는 “현지 채권자도 상당하고, 고려할만한 사항이 남아 있는 지금, (중국) 국내 이해 당사자들이 외부 청산인을 어떻게 대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상환 계획을 진행 중이었던 헝다는 결국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고자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그 다음 달엔 후이 카옌 회장이 중국 경찰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