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분석: 트럼프의 가자 지구 장악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지만 영향 미칠 것'

동영상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 지구를 '장악해' 재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기자, 제레미 보웬
  • 기자, BBC 국제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 지구 장악 계획'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아랍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를 받은 요르단과 이집트, 그리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들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가자 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중 일부, 어쩌면 상당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100만 명이 떠난다고 해도, 여전히 120만 명이 남게 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중동의 리비에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이 직접 개입해 남아 있는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군사 개입이 초래한 결과를 고려하면 미국 내에서도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이 계획은 두 국가 해결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다. 그 희망이란 이스라엘과 독립적인 팔레스타인이 나란히 존재하는 방식으로, 100년 넘는 갈등을 끝낼 수 있다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이 구상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으며, 수년간의 평화 회담 실패로 '두 민족을 위한 두 국가'는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구호가 됐다.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적인 기조였다.

트럼프의 계획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다.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 야망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영토 야망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가자 지구 장악 계획'이 중동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의 가자 지구 계획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면, 왜 이런 발표에 대해 걱정해야 할까? 특히 웃고 있는 네타냐후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말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아무리 엉뚱하다고 해도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하나로, 이제는 더 이상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리얼리티 TV 진행자나 정치적 희망을 품은 인물이 아니다.

그의 발표는 단기적으로 가자 지구의 취약한 휴전 상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한 고위 아랍 소식통은 그의 발언이 휴전의 "종말을 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 지구의 미래 거버넌스에 대한 명확한 계획 부재는 이미 협정의 큰 균열을 낳고 있다. 트럼프는 가자 지구 장악 계획을 내놓았고,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30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으로 집으로 돌아온 한 가족이 파괴된 집의 잔해 속에서 소지품을 찾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지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5개월 동안 가자 지구 건물의 3분의 2가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계획은 지중해와 요르단 강 사이, 혹은 그 너머까지 모든 땅이 신이 주신 유대인 소유지라고 믿는 극단적인 유대인 민족주의자들의 계획과 꿈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이들의 지도자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일원이다. 이들은 가자 전쟁이 재개되어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유대인으로 대체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베자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트럼프가 10월 7일 공격 이후 가자 지구의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땅에서 가장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자는 땅을 영원히 잃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야훼의 도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위험한 아이디어를 완전히 묻어버릴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중도 야당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가자 지구 장악 계획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속으로 우려하면서도, 예의 있게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은 트럼프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과의 갈등은 땅을 빼앗긴 아픔과 그들이 '알-납카(재앙)'라고 부르는 역사적 기억에서 비롯된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규모로 떠나게 된 사건이다.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집을 떠나거나 강제로 쫓겨났다. 거의 대부분은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고, 이스라엘은 그들의 재산을 압수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러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을 이용해 가자 지구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쫓아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이스라엘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믿을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동기는 무엇일까?

트럼프가 무언가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거나 확정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발언은 종종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보다는 부동산 협상에서 첫 제안을 던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마도 트럼프는 다른 계획을 준비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간절히 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자 지구에 대한 발표가 전 세계에 전해졌을 때, 그는 자신의 트루스 소셜 플랫폼에 이란과의 '검증된 핵 평화 협정'을 원한다고 올렸다. 이란 정권은 핵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었지만, 테헤란에서는 자신들이 이제 핵무기를 갖춰야 할 만큼 위협을 받고 있다는 공개적인 논쟁이 있었다.

네타냐후는 수년간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이란과 협상하는 것은 그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네타냐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체결한 핵 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오랫동안 캠페인을 벌였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과 협상하면서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를 만족시킬 무언가를 던지고자 했다면, 그는 목표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만든 불확실성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에 더 많은 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