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한 푸틴...'반서방 연합 강화' 목표

헤이허 시민들
사진 설명,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의 국경 도시 헤이허의 상인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며 불평했다
  • 기자, 스티븐 맥도넬
  • 기자, BBC 중국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에 도착했다. 이번 방문은 반서방 동맹을 강화하고 양국의 관계를 축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헤이허는 러시아와의 국경을 따라 자리한 작은 도시다. 강 바로 건너편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를 보고자 오는 관광객들이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진 않다.

관광용 보트는 손님을 끌고자 밝은 분위기의 중국 음악을 연신 틀고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그저 물가에 가만히 묶여 있을 뿐이다. 표를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로 봐선 온종일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모양새다.

강 건너편엔 러시아 해안 경비대 선박 한 척이 세워져 있었는데, 갑판 위에선 경비대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운동하는 등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초 푸틴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수도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와 중국 두 정상은 새로운 “한계 없는” 파트너십을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다시 방문한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양국 관계의 결실을 연신 칭송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가까워진 이 둘의 관계는 양국에 유리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세계무대에서 내몰릴 때 서로를 안심시켜줬으며, 이 두 정상이 악수하는 사진은 양국 국민들에게 이토록 강력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모든 게 다 정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유용했다.

그러나 국경 지역 내 경제 활동은 이러한 정치적 문구에 그다지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헤이허에서 블라고베셴스크를 연결하고자 새로 건설된 다리는 국경을 초월한 무역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1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어느 방향으로도 단 한 대의 차량도 지나가지 않았다.

중국-러시아 국경 지대인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 위성 사진
사진 설명, 중국-러시아 국경 지대인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

강 건너 러시아의 사진을 찍고 있는 소규모 관광객 무리 뒤에 자리한 헤이허 시내 중심부에선 이용객 부족으로 인해 대규모 쇼핑몰 2곳이 벌써 문을 닫았다.

한 곳은 불과 1달 전 문을 닫았으며, 다른 한 곳은 무려 7년간 빈 상태였다고 한다.

이렇게 문 닫은 쇼핑몰의 주차장엔 러시아산 기념품과 장비를 판매하던 일부 노점상 매대가 주차돼 있었다.

헤이허에서 만난 한 여성은 “경기가 좋지 않다. 관광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개방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러시아 관광객 수가 많지 않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고, 게다가 전쟁 중이죠.”

다른 상인들도 이 여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 거리에 자리한 작은 가게에선 한 여성이 러시아산 모피를 이용한 중국산 모자를 팔고 있었다. 한때는 러시아 및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엔 장사가 잘 안된다는 설명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이 상인은 “거리를 둘러봐라. 텅 비었다. 과거엔 잠재적인 구매자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트럭 운전기사
사진 설명, 트럭 운전기사인 이 남성은 러시아 상품 운송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중 무역의 미래에 대해 더 낙관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입항을 기다리는 트럭 운전기사들이다.

한 운전기사는 “콩, 밀, 보리를 러시아에서 운송한다. 예전보다 더 바빠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는 “러시아에서 모래, 석탄 등을 운송한다. 식료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옮기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이 강 항구의 입구는 온갖 자재들이 들어오고 또 나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크레인들이 연신 철골, 석탄, 모래 등의 자제를 배에서 인양해 대기 중인 화물차에 싣고 있었다.

이 운전기사들은 새로 개통한 다리를 이용하는 것보다 배로 실어 나르는 게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왜 다리 대신 배를 더 많이 이용하는지 부분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헤이허의 다른 상인들은 일부 중국 상품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관세가 무역 분위기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이룽장성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더 많이 들여오는 등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사회의 제재로 타격 입은 파트너인 러시아를 여전히 돕고 있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 있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 편에 자국민 대부분을 몰아넣고 있다.

일례로 중국 관영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침략’이라는 단어는 물론 ‘전쟁’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특히 미국의 팽창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당화할 수 있는 러시아의 작전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프로파간다 전략이 과연 성공했는지 알기 위해선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 거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

하얼빈 내 러시아 정교회 건물 앞에 모인 관광객들
사진 설명, 과거 러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하얼빈시의 거리에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이곳 하얼빈은 러시아인 및 러시아 문화가 지배적인 지역이었으나, 이제는 이들의 후손들마저 떠난 상태다. 그렇게 현재 이곳은 과거 러시아의 잔재만 남아있는, 완전한 중국 도시가 됐다.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회 성당 앞에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성은 “러시아와 중국은 좋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 옆에 있던 남성은 “푸틴은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면서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하얼빈을 방문했다는 또 다른 남성은 “푸틴은 강한 주먹을 가진 사람”이라면서 “푸틴은 터프한데, 터프한 건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남성은 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 남성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러시아의 이번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자원을 고갈시켜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과 얽히면 잠재적으로 위험하며 심지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식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NATO의 세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며, 안 그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러시아의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이번 전쟁을 통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경우 중국 공산당이 개인적, 경제적으로 어떤 고통을 입을 수 있는지 맛보기를 보여줬다는 주장도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 국가 밖으로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주 푸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시 주석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인 ‘일대일로’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 참석차 방문한 형태다. 일대일로는 여러 국가를 연결하자는 글로벌 규모의 운송 및 인프라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통해 중국이 서쪽의 빈국들을 채무의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비슷한 생각을 지닌 다른 국가들과 함께 광범위한 반서방 연합을 구축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두 정상은 이번 포럼과는 별도로 만나 양국의 관계 강화를 축하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가까워진 이 관계가 양국에 주는 이익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러 무역 규모가 중국이 이념적으로 적이라며 비난하는 많은 서방 국가들과의 무역 규모와 겨룰 만큼 성장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